아우슈비치 수용소에서의 실화. 너무나 담담해서 더욱 공포스러웠던 글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글은 범죄의 실상을 고발하는 내용이 아닌 수용자들의 인간성이 어떤 식으로 어떻게 변질되어지며 잃어지는지를 너무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차분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신랄한... 이유를 알 수 없기에 더욱 끔찍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모두들 그 곳에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하게 되고 어떻게 하면 빵 한 조각을 더 남길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내 숟가락 도둑맞지 않을 수 있는지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경에 이른다. 인간이란 대체 무엇인가. 얼마나 강한 존재이며 얼마나 유약한 존재일까. 상황과 너무나 대조되는 차분하고 담담한 서술은 읽는 이로 하여금 인간이란 과연 어떤 존재인지를 분명하게 생각해볼 수 있도록..
청춘의 해리엇과 데이비드. 그들은 직장파티에서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졌고 곧 결혼을 하게 된다. 현대의 다른 부부들과는 달리 해리엇 부부는 많은 아이들과 큰 집에서 오순도순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하며 큰 집을 마련해 곧 임신에 이른다. 족히 5명 이상의 자식계획을 세운 해리엇 부부를 지켜보는 그들의 가족들은 터무니없이 크기만한 호텔같은 집을 보며 걱정을 하게 되고, 아이가 하나둘 씩 늘어가면서 현실에 부딪힐 미래에 대해 근심하게 되지만 기념일이나 휴가때마다 모여 즐거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축제같은 가족들에 만족하기 시작한다. 궁핍해져 가는 생활 속에서 넷째 아이인 사랑스러운 폴이 탄생하고 머잖아 원치 않는 다섯번째 임신을 하게 된 해리엇 하지만 그 아이를 떠나보낼 수 없었던 해리엇은 출산을 결심하게 되..
빠져든다. 점점 빠져들어버린다. 소설 속으로. 그리고 모래 속으로- 목을 칼칼하게 잠겨오는 덧없는 모래의 알갱이들 속에서 애타게 물을 찾으면서도 끝까지 페이지 넘김을 놓치지 않게 된다. 푹푹 빠지는 종아리도 느껴보고 천장에서 떨어지는 모래의 소용돌이 속에 온 몸을 맡기며 썩어들어가는 피부결도 느껴보고, 햇볕 하나 들지 않은 어두운 구멍 속에서 세상 밖 환한 풍경 마저 상상해 본다. 나를 찾고 있을거라 굳게 믿었던 소용돌이 같았던 세상과 단절된 채 바깥세상만을 염원하지만, 이미 이 곳은 내 세상이 되어버리고 바깥은 그저 '바깥'세상이 되어 버린다. 바깥으로 나가버리면 그 곳 또한 이미 내 세상이지만 쉽사리 나갈 수 없는 한 그 곳은 이미 내게 있어 '바깥'인 것이다. 스스로 증명해 보이고자 했던 존재는 이..
풍자가 넘치면서도 시니컬한 역시 조지 오웰 _ 마치 미래에 다녀온 마냥 통찰력 있는 시각에 놀랍다. 역시, 과거는 과거로 남겨두었을 때 아름다운 걸까 거품같은 꿈의 과거는 너무나 찬란하기만 한데 과거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그 찬란했던 꿈마저 사그러드는걸까 전쟁이 바꿔놓은 미래가 된 현실 결국 과거는 환상에 잠겨버렸고 조지 볼링의 숨쉴 곳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이는 현재의 우리들의 이야기와 똑같다. 숨쉴 곳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의 마음을 어쩜 이렇게도 잘 그려놓았는지 읽는내내 씁쓸했고, 낚시를 마음에 미뤄둔 조지볼링이 내내 야속했다. 자, 지금이다. 미루지말자. 나를 들뜨게 하는 그 모든 일들을 _ 숨쉬러 나가자 _ 나는 이제 분명히 알아버렸다. 오랫동안 로어빈필드는 내 마음 한구석 어딘가에, 동할 때 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들은 장르문학소설이라 대부분이 어둡거나 우울한 내용이 많은데 정말 간만에 마음 따뜻한 책을 읽은 것 같다 가까스로 판타지 정도 책을 읽으면서 오쿠다 히데오의 궁중그네가 떠올랐달까 가벼운 듯 가볍지 않고 도톰한 두께감에도 단숨에 읽어내리게 만드는 스토리 신랄하지만 따뜻하고 다소 우스꽝스럽지만 깊이있는 고민상담소 나미야 잡화점과 같은 고민상담소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허무맹랑한 어떤 이야기라도 진지하게 들어줄 곳이라면 매일 밤 우편함을 서성일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답을 구하기 위해 고민상담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답을 가진채로 상담을 필요로 한다. 나는 한 차례라도 상대의 입장에서 온전히 이해하려 노력한 적이 있던가 이성적인 판단이랍시고 옳고 그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