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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 빠지는 종아리도 느껴보고 천장에서 떨어지는 모래의 소용돌이 속에 온 몸을 맡기며
썩어들어가는 피부결도 느껴보고, 햇볕 하나 들지 않은 어두운 구멍 속에서 세상 밖 환한 풍경 마저 상상해 본다.
이미 이 곳은 내 세상이 되어버리고 바깥은 그저 '바깥'세상이 되어 버린다.
바깥으로 나가버리면 그 곳 또한 이미 내 세상이지만 쉽사리 나갈 수 없는 한 그 곳은 이미 내게 있어 '바깥'인 것이다.
그는 소멸한 자신의 존재를 어떻게는 증명해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점점 존재가 확실해지는 구덩이 안 모래집안에서의 생활에 모래처럼 스며들어가 버린다.
서서히 굴복하고 체념할 때까지.
금새 쌓여버리는 모래를 퍼나르고 또 퍼날라야만 배급받을 수 있는 물.
마음까지 갈증나버린 시간에 다다를 즈음이면 굴복하지 않을 수 없다.
물을 위해 일하고, 어느새 모래를 위해 일하는...
굉장한 흡입력에 감탄했다.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쌉쌀한 갈증에 읽어내려갈 수록 식은땀이 일어 이리도 불편할 수가 없다.
이겨낼 수 있음을.
바깥에서 단 2장의 서류로 사라진 그의 존재가.
누군가 그를 뫼비우스의 띠 같다고 평한 적이 있다.
뫼비우스의 띠는 한번 비튼 종이 테이프의 양끝을 둥그렇게 붙인 것으로, 안과 밖이 없는 공간을 뜻한다.
교조활동과 사생활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정도의 뜻으로 한 말일까?
비아냥과 더불어 다소 칭찬의 마음도 담겨 있따고 여겨진다.
그야말로 뫼비우스의 띠로군, 좋은 뜻이든 나쁜 뜻이든, 뫼비우스의 띠다.
그 좋은 반면만 가지고도 경의를 표할 충분한 가치는 있다.
딱히 서둘러 도망칠 필요는 없다.
지금, 그의 손에 쥐어져 있는 왕복표는 목적지도 돌아갈 곳도 본인이 마음대로 써넣을수 있는 공백이다.
도주 수단은 다음날 생각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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