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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글은 범죄의 실상을 고발하는 내용이 아닌
수용자들의 인간성이 어떤 식으로 어떻게 변질되어지며 잃어지는지를 너무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차분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신랄한...
이유를 알 수 없기에 더욱 끔찍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모두들 그 곳에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하게 되고 어떻게 하면 빵 한 조각을 더 남길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내 숟가락 도둑맞지 않을 수 있는지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경에 이른다.
인간이란 대체 무엇인가.
얼마나 강한 존재이며 얼마나 유약한 존재일까.
인간이란 과연 어떤 존재인지를 분명하게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것 같다.
감정은 배제한 채 사실만을 써내려갔기 때문에 책 자체가 하나의 역사서가 된다.
나의 삶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더 없는 자유였음을 느끼게 해주었던 책.
내가 사소한 하나하나에서 불평하고 투덜댔던 그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만들어 준 프레모 레비.
비록 자살로 생을 마감했지만 그는 잊혀져선 안될 역사의 산증인으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인간에 대한,
혹은 자유에 대한 삶의 많은 의미를 깨우치게 해주었다.
죽음 그것을 넘어선 고통의 기록.
이름이 아닌 마치 사물의 번호표처럼 몸에 각인을 한 채 인간이기를 포기하라던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생활.
질문하는 것은 금기시되었으며 왼쪽과 오른쪽의 방향만으로 삶과 죽음이 선택되진 그 모호한 경계의 선.
시간이 흘러도 절대 잊어서도 잊혀져서도 안될 흑빛 역사.
당신의 인간성은 아직 생존 중인가요?
슬픔과 아픔은 여러 가지를 동시에 겪더라도 우리의 의식 속에서 전부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 원근법에 따라 앞의 것이 크고 뒤의 것이 작다.
누구나 인생을 얼마쯤 살다보면 완벽한 행복이란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것과 정반대되는 측면을 깊이 생각해보는 사람은 드물다. 즉 완벽한 불행도 있을 수 없다는 사실말이다.
이 양 극단의 실현에 걸림돌의 되는 인생의 순간들은 서로 똑같은 본성을 가지고 있다.
그것들은 모든 영원불멸의 것들과 대립하는 우리의 인간적 조건에 기인한다. 미래에 대한 우리의 늘 모자란 인식도 그 중 하나다.
그것은 어떤 때는 희망이라 불리고 어떤 때에는 불확실한 내일이라 불린다.
어쩔 수 없는 물질적 근심들도. 이것들이 지속적인 모든 행복을 오염시키듯,
이것들은 또 우리를 압도하는 불행으로부터 끊임없이 우리의 관심을 돌려놓음으로써
우리의 의식을 파편화하고, 그만큼 삶을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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